점점 좁아지던 골목의 막힌 끝에 서서

외투 위의 먼지를 털다 웃었어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 속에서

조금 쉬고 올 거야

 

많은게 달라지고 변하고 시들어 가고

애써 감춰온 나의 지친 마음도

더는 필요 없을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이젠 나 자신을 가엾어해도 되겠지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 속에서

못다한 악수와 건배를 나누며

이제 와 뭘 어쩌겠냐고 웃으며 웃으며

모두 보고 싶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 속에서

조금 쉬고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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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씻다가

창 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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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 이외수  (0) 2021.03.25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선잠 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 넝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 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휴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넣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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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숲 / 황인찬  (0) 2021.03.25

 

잠든 네 얼굴 따라 

실로 그림 그렸네

 

속눈썹엔 굵은 실로

숨 가엔 얇은 실로

입술엔 부드러운 실로 

 

고운 실 흩어질까 만지지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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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외친 소리가

공기 중에 증발한다.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 속에서

어디로 달려도

혼자뿐이라서

 

마냥 너 있을 곳에

사랑한다, 사랑한다

소리질러도

 

내 세상 속에

갇혀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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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춥겠구나'
생각을 하다 
고쳐먹었다. 

파도끼리 뭉쳐있으니까.

다음 파도가
기다리던 파도를 
안아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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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포기'가 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무사안일주의, 그저 고달픈 현실에 안주하며 

나의 문제를 누군가 대신 풀어주기를, 손 안대고 코 풀어지기를 

어떤 기적이나 구원자라도 나타나서 이 상황을 해결해주기를 바라기만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고민, 잠 못드는 밤을 지나고 

이제 내 마음은 그리 되었다. 

 

핑계라면 핑계일수도 

남탓이라면 남탓이지.

 

내 인생의 주인은 너무 오래 공석이었다.

제자리를 찾을 생각을 안한다. 

아니 생각은 한다. 

그런데 돌아오기가 힘들다. 

서커스 공 위에 서있듯이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그새 주저앉아 버린다.

 

예전의 나는 이제 없다. 

지금의 내가 나다. 

 

그렇지만

 

너 말곤 누구도 너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았다.

그대로 앉아있는 것도 너가 선택한거야. 

 

결국 그 정도 였던 사람인거야

결국 그 정도 였던 사람인거야?

 

아니. 나는 매일 노력하는 사람이야.

적어도 나의 게으름에 부채감을 느끼고 있는 죄인이야. 

365일 나의 미래에게 난 죄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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