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이력서를 쓰며 과거를 되짚는다.

지나온 과거는 나를 내리치고 무너뜨리고

바다 가장 아래로까지 밀어넣어 그 속에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누가 그랬을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빗소리가 들린다. 

노크하듯 고요를 두드린 소리에 

시선이 따라간다.

 

비오는 날이 좋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비가 좋다.

 

천장에 숨겨놓은 바닐라 라떼를 꺼내 작은 컵에 부으면서

새삼 좋은 선물을 해주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도 마음에 생긴 작은 소용돌이가 애달프다.

 

 

 

다시 책상에 앉으며 생각한다.

 

인간과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니까

 

누군가가 쓰는 지출을 누군가는 수입이라 부르고

누군가가 죽어갈 때도 누군가는 그것을 위해 일하고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를 누군가가 이렇게 비오는 날 듣는거겠지.

 

그러니까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포착하여

열심히 사는 사람에겐 늘 기회가 있겠지.

지는 법이 없겠지.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나의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부턴가 '포기'가 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0) 2020.08.05
2019년 5월 8일  (0) 2019.05.08
2018.02.12  (0) 2018.02.12
모든걸 잃어버렸을 때  (0) 2017.09.10
지하철에서  (0) 2017.09.09

+ Recent posts